또 여권 발목 잡은 성추문…3전4기 오거돈 울먹이며 불명예 퇴진

입력 2020-04-23 12:04   수정 2020-04-23 12:59


지역주의 벽을 허물고 3전4기 만에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23일 자진사퇴했다. 성추문으로 현직 광역단체장이 자진 사퇴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.

오 시장은 지난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첫 도전장을 내민 뒤 지난 2014년까지 시장선거에서만 3번 낙선했었다.

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 여성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"남은 삶을 참회하면서 살겠다"고 했다. 오 시장은 기자회견 도중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.

사퇴 이유에 대해 오 시장은 "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.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"면서 "그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시간 동안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"고 밝혔다.

오 시장은 "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. 이런 잘못 안고 시장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부산시장 도리 아니라 생각했다"며 "모두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해나가겠다.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"고 했다.

그러면서 "피해자 분께서 또 다른 상처 입지 않도록 언론인을 포함해 시민 여러분들이 보호해달라. 모든 잘못은 오로지 제게 있다"고도 했다.

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이 2명 이상이라는 풍문도 돌고 있다.

앞서 오 시장은 21대 총선 투표 전날 연가를 사용해 휴식을 취했고, 총선 당일 투표도 비공개로 했다. 이후 사퇴설이 흘러나오자 일각에선 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오 시장이 건강 문제 때문에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었다.

한편 여권에선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. 대표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, 정봉주 전 의원, 민병두 의원 등이 미투(Me too·나도 당했다) 의혹에 휘말렸다. 안 전 지사는 해당 의혹으로 구속까지 됐고,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. 민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철회해 야권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.

지난해 12월에는 '내연녀 폭행·감금' 의혹으로 민주당 성남 시의원이 자진 사퇴했고, 1월에는 민주당 2호 영입 인사인 원종건(27) 씨의 '미투 의혹'이 제기됐다.<hr style="display:block !important; margin:25px 0; border:1px solid #c3c3c3" />
다음은 오거돈 시장 입장 전문.

저는 오늘부로 시장직을 사퇴합니다. 시민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.

350만 부산시민들과의 약속을 이루지 못해 송구함을 갖고 있습니다.

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합니다.

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또한 너무 크기에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됐다고 고백합니다.

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습니다.

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.

경중에 관계없이 어떠한 말로도 어떠한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.

이러한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들께서 맡겨주신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부산시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

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합니다.

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.

아울러 시민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린 과오 또한 평생 짊어지고 살겠습니다.

한 가지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.

피해자분께서 또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을 포함해 시민들께서 더 보호해 주십쇼. 모든 잘못은 오로지 저에게 있습니다.

3전 4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.

이러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.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.

부산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십쇼.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.

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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